Wednesday, September 12, 2007

퇴근길.

사실, 30대 중반을 넘어선 독신남성에게 어두운 퇴근길 만큼이나 일상의 짜증스러움을 유발시키는 것이 또 있을까?
귀에는 낡은 MP3플레이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일본어 회화 강좌가 그러한 귀가길의 공포심을 다소 흥미롭게는 하지만, 이마에 끈적거리는 개기름이 유난히 후덥지게 느껴지는 버스 정류장의 한때는 정말 발길을 되돌려 사무실로 돌아가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느낌을 만들게 한다.

그나마 위안거리가 되는 것이 딱 두 가지인데, 첫번째가 그나마 고양이라서 간섭과 잔소리가 덜한 나나라는 고양이의 '애응'거리는 소리가 듣고 싶다는 것과 그리고 또 한가지는 결혼해서도 행복하지 못한 몇몇 지인의 비극으로 치닫는 결혼 생활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시켜 스스로를 위안 삼는것이다.

나는 사실 행복하다. 아무것도 갖지 못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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